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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나는 현재의 '나'로 고착되어 해소되지 못한 과거의 기억들을 푹신한 인형의 형태로 제작한다. 내면 속 억제된 감정은 부풀고 뻗어나가 곧 터질 듯한 모습인 유기체 형상의 응어리로 투영된다. 천을 실로 꿰어내며 인형의 외부를 봉합하는 과정을 통해 불완전한 내면을 더욱 단단히 구축하며 손바느질의 반복적인 행위로 과거를 상기하고 쓰다듬는다.

[아래로 향한 가시 우두머리]

 

  아래로 향한 가시는 어른-아이 관계 속 아이에게 향해지는 억압과 구속을 나타내고자 했다. 작품보다 아래의 위치에서 관람하는 관객들에게 2m가 넘는 작품은 위압의 경험을 제공한다. 제목에서의 우두머리는 권력자이며, 가부장적인 가정환경을 말한다. 어른의 우람한 몸처럼 보이도록 제작하였다. 꼭대기의 은색 부분은 아무리 해도 닿을 수 없는, 무너뜨리기 어려운 머리를 보여주기 위해 단단해 보이는 은색 가죽을 사용하였다. 몸통은 손으로 내려 누르거나, 아래로 자란 가시로 강제로 억누르는 불쾌하고 압력을 행하는 것을 표현했다. 꿰매진 몸통은 용접된 표면처럼 단단하게 보이게끔 여러 도면으로 나누어 손바느질했다. 과거의 나 자신을 위로하고, 되돌아보는 과정을 거치며 노동집약적인 손바느질을 통해 제작하였다. 흘러내리는 실은 과거의 기억과 응어리를 조각 속 단단히 가뒀다고 생각했지만, 미처 부풀어 오른 속을 버티지 못한 채 흘러나오는 나의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속홀씨]

 

  속홀씨는 씨앗을 품고 있는 껍데기로, 바깥의 환경이 씨앗이 잘 클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진 뒤, 씨를 바깥으로 퍼뜨린다. 억압된 감정, 응어리들은 하나의 세포처럼 응집되어 바깥의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내면 안에서 익어간다. 겉과 속을 감싸는 검정 실은 씨앗을 감추는 털들로, 부끄러움, 수치스러움, 내밀한 곳을 의미한다.

 

[떫은 포옹]

 

  포옹하는 손과 팔의 모양을 닮아있다. 자라난 가시들은, 포옹할 때 나를 간지럽히거나 떫고 언짢은 감정이 들게 한다. 몸통의 가시는 쭈글쭈글하게 주름이 져 있고, 털이 잔뜩 나 있다. 야수의 손가락처럼 더럽고 불쾌해 보이길 바랐다. 지나치게 가까운 관계에서 오는 거부감을 보여주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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